[칼럼] 임 일 연세대 교수, 초거대 인공지능 ’챗GPT’에 맞선 한국 IT기업의 대응 전략
연세대 임일 교수(사진:본지DB)
최근 ‘챗GPT(ChatGPT)’가 큰 화제다.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에 사용자 수 1억 명을 확보하였으며, 사용해 본 사람들은 일부 부족한 점도 있지만 대체로 기존 인공지능에 비해 답변이 정확하고 응답 수준이 높아 놀랍다는 반응이다.
챗GPT 등장으로 이제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며, 기존 검색 서비스 대체 등 인공지능 발전사에서 또 하나의 큰 변곡점이 마련되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OpenAI)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 달리(‘DALL-E 2’)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꿔주거나 특정 이미지와 관련된 텍스트를 만들어 주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의 일종이다.
DALL-E 2는 이미지의 일부를 없애거나 새로운 물체를 추가하거나, 이미지를 확장하는 등의 작업을 정교하게 해 준다. 물론 기존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었지만 DALL-E는 그 정확성이 매우 뛰어나, 만들어진 이미지인지 여부를 사람이 알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결과물을 낸다.
이와 같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대응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을 예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과거 인공지능이 어떤 패턴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 혹은 딥러닝의 원리는 입력 변수와 출력 변수 사이에 수많은 노드(연결점)와 이들 노드 간 연결(‘가중치’ 혹은 ‘파라미터’라고 한다)을 만들고 주어진 입력변수와 출력변수의 관계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는 파라미터를 반복학습을 통해서 찾아내는 방식이다.
딥러닝은 노드와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더 복잡한 패턴을 학습할 수 있지만 초기의 딥러닝에서는 파라미터를 늘려도 성능이 어느 한계 이상으로는 나아지지 않아서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의 이점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 구글이 언어와 같은 복잡하고 모호성 높은 데이터 학습을 잘 하는 새 딥러닝 모델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발표한 이후 상황이 변했다. 챗GPT도 트랜스포머로부터 파생된 GPT 모델에 대화 모델을 결합한 것이다.
트랜스포머의 특징은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파라미터 수를 늘릴수록 성능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트랜스포머 출현 이후로는 파라미터 수가 성능과 비례하는 경향이 나타나 딥러닝 모델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게 됐다. 실제로 챗GPT는 1,750억개의 파라미터가 있다고 하며, 새로 나올 버전에는 100조개의 파라미터가 사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패턴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 뒤 학습해야 한다. 높은 복잡도와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딥러닝 모델을 ‘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이라고 부르며, 이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웬만한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스프트(MS)와 손잡은 것도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챗GPT와 같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이 등장하면 다른 경쟁 모델을 성능으로 압도하고 시장을 주도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글과 같은 경쟁회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Bard’와 같은 경쟁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앞으로 이들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챗GPT와 같이 텍스트 중심의 서비스에 더해서 동영상 등 다른 분야에서도 초거대 인공지능이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예를 들어 챗GPT와 DALL-E 2가 결합된다면 사람이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중년의 여인’와 같이 명령하면 이러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들어진 영상의 품질이 낮다. 그런데 챗GTP와 DALL-E와 같은 서비스가 결합되어 실사영상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진다면 이것은 콘텐츠 제작, 광고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업도 이와 비슷한 초거대 인공지능을 개발해 경쟁할 수 있을까? 챗GPT 정도의 규모를 갖는 초거대 인공지능을 하나 개발하고 학습시키는데 적게는 몇 백억, 많게는 몇 천억 정도의 비용과 최소 1, 2년의 시간이 든다.
아직 인공지능을 사용한 비즈니스 모델과 얼마큼의 수익을 얼마나 가져올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의 비용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한국의 기업은 많지 않다. 또한 이 정도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더욱 적다.
아울러 이러한 초거대 인공지능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즉, 성능이 좋기 때문에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고, 많은 사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학습에 사용되어 해당 초거대 인공지능의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는 선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챗GPT의 경우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수억 명의 사람에게 챗GPT의 답변에 대한 피드백(좋다, 나쁘다)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피드백을 하지는 않지만 일부라도 한다면 이 피드백 자체가 성능을 더 높이는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면서, 이는 다른 인공지능 기업에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곧,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선발 주자가 계속 우위를 점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쉽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초거대 인공지능의 경우 소수의 글로벌 IT회사가 인공지능 시장을 독점에 가깝게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과연 한국 기업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까? 글로벌 IT기업에 대응해 초거대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있는 기업은 글로벌 초거대 인공지능과 직접 경쟁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설령 시간이 지나 개발하더라도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후발주자로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글로벌 초거대 인공지능이 잘 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찾아 그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글로벌 초거대 인공지능이 잘 못하는 분야는 어떤 분야일까? 우선, 챗GPT와 같은 현재의 초거대 인공지능은 전반적인 분야에 사용되는 일반지능을 지향한다. 챗GPT가 대부분의 분야를 잘 하기는 하지만 특정 분야,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챗GPT는 경제와 같은 정량적인 예측에는 약하다. 물론, 일반지능이 완성되면 이후 경제나 의학과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한 추가 학습을 통해 해당 분야 성능을 높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적절한 수준의 일반지능을 만들고, 이 위에 특정 분야에 특화된 추가학습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 최소한 그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틈새시장은 글로벌 초거대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데이터에 특화한 분야이다. 챗GPT는 매우 뛰어난 인공지능이지만 일반 지능이므로, 개별화된 질문에 적절한 응답을 주기 어렵다.
예를 들어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과 같은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챗GPT가 인터넷과 같은 공개된 원천에서 수집된 데이터만 학습을 하였고 각 개인에 대한 데이터는 학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개인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가 수집되어 학습에 사용된다면 개인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각 개인과 관련된 데이터 양이 엄청나게 큰 규모인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프라이버시 문제로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자사 고객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나, 고객 개인별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잘 학습시키면 개인화 서비스에서는 챗GPT와 같은 글로벌 인공지능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한국어 특화 서비스이다. 챗GPT는 한국어로도 질문과 답변을 잘 하고 있다. 챗GPT는 언어의 종류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언어의 패턴을 학습하는, 소위 언어모델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로 얼마나 풍부하고 세밀한 답변을 할 수 있는지는 한국어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해서 학습에 사용하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아무래도 챗GPT는 전 세계 모든 언어로 서비스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한국어 성능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기업은 한국어 데이터 수집을 통해 한국어 부분에서 강점을 확보하는 것이 하나의 경쟁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많은 양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성능이 좋아질 수 없다. 근본적으로 언어모델 성능 개선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보다 인공지능 서비스 중심의 회사라면, 초거대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챗GPT와 다른 서비스가 경쟁하는 경우 이들 서비스와 사용자의 중간에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당연히 사용자가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것에 비해 더 큰 부가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더 큰 부가가치의 예로는 다수의 초거대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가져온 답변을 잘 종합해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하는 것, 사용자 정보와 상황을 고려해 다수의 서비스 중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서비스를 선택해 주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부가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초거대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이러한 서비스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의 축적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기의 인공지능에 비해서 현재의 인공지능은 누가 더 큰 모델을 구축하고 학습시키는지를 두고 경쟁 중이다. 이러한 초거대 인공지능의 등장은 소수의 선발기업이 전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환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응할 초거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직접 경쟁할 자원이 부족한 기업이라도,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하거나 또는 개인 데이터에 특화된 인공지능에 집중하거나 이들 초거대 인공지능에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등의 전략을 마련한다면 점차 그 규모가 확산되고 있는 전체 인공지능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출처 : 인공지능신문(https://www.aitimes.kr) 연세대 경영학과 임일 교수 webmaster@ai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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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
- 2005 –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정교수
- 2021 – 현재, 연세대학교 인공지능융합 대학원 디지털 애널리틱스 학과 주
임교수
- 2019 – 현재,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정책학부 정회원
- 2000 – 2004, 美,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Information
Systems Department 조교수
- 2002 – 2004, 美, Rutgers 대학교,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 조교
수(겸임 – Joint appointment) | | | |
